#047 호주에 도착한 후 꼭 해야 할 일

비자 라벨 붙이기

 

어디에 머물고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간다면 호주에 도착한 후 반드시 해야 할 몇 가지 일이 있다. 이비자(e-visa)를 신청한 경우 비자 라벨 붙이기, 은행 계좌 열기, 택스 파일 넘버 신청하기, 모바일 구입 등이다.

앞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요즘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간다면 대개 인터넷을 통해 이비자를 신청한다. 이비자를 신청한 후 헬스폼을 출력해 지정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으면 보통 1주일에서 한 달 이내에 비자 승인 메일이 온다. 비자 승인은 받은 것이지만 본인 여권에 비자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호주에 도착한 후 가능한 빨리 가까운 이민성(Immigration)으로 가서 비자 라벨을 여권에 붙여야 한다. 시드니로 들어간다면 공항에서 입국 심사 후에 비자를 받는 곳을 찾아 붙이면 된다. 혹시 실수로 받지 못했다면 이민성에 가서 받으면 된다.

필자는 브리즈번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도착한 날 이민성에 갔다. 순서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다 본인 차례가 되면 창구에 가서 여권과 비자 승인 메일 사본을 내밀면 된다. 비자 라벨을 받으러 왔다는 표현을 연습해 가면 써 먹어도 좋다. 영어도 다른 준비와 마찬가지다. 미리 준비한 만큼 어떤 상황에 부딪쳤을 때 좀 더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못 한다고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보인다는 건 비껴갈 수 없는 사실이다.

 

 

은행 계좌 열기(open a bank account)

 

은행 계좌는 호주에 도착한 후 6주 이내에 만들 것을 권한다. 아주 간혹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고 국내 은행 외국 지점을 이용할 생각을 하거나 신용카드 사용을 계획하는 경우를 봤는데 좀 갑갑한 생각이 들었다. 최소 6개월 이상 살 거라면 한국에서 돈을 받아 쓰든, 현지에서 일을 하든 은행 계좌는 여는 것이 편리하다. 일을 생각한다면 필수 요소이다.

 

호주 입국 후 6주 이내에는 여권만 있으면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신분증이 하나 더 필요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이나 학생증이 없다면 힘들어진다. 어차피 만들 거라면 도착 후 일주일 이내에 만드는 게 좋다. 우리 나라와 조금 다른 점을 들면 첫째 통장이 없고, 둘째 은행 카드를 현장에서 발급해주지 않고 집으로 보내 주며, 셋째 통장이 없기 때문에 처음 계좌를 열 때 계좌번호와 BSB 번호(지점 번호)는 메모지에 적어 준다.

 

통장이 없는 대신 한 달에 한번 명세서(Statement)를 집으로 보내준다. 주소가 변경되면 해당 은행에 가서 주소 변경을 하면 된다. 필자는 거주지를 자주 옮겨서 마지막에 시드니에 살 때 딱 한 번 주소 변경을 하고 명세서를 받아 봤다. 통장 내역이 궁금하면 어떤 도시에 있든 해당 은행에 가서 명세서를 달라고 하면 슈퍼마켓 영수증 같은 명세서를 뽑아 준다.

 

은행 카드는 보통 일주일 후에 신청 당시 주소지로 보내준다. 백팩커에 일주일 정도 머물 예정이면 백팩커 주소를 적어도 된다. 주소가 불명확하다면 일주일 후에 은행에 와서 직접 찾아가겠다고 해도 된다.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필자도 그렇게 했다. 처음 계좌를 만들 때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입금할 생각이라면 일주일 정도 생활비는 남기는 것이 좋다. 카드를 받은 후에 현금 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가 발급되기 전에 불가피하게 돈을 찾아야 한다면 여권을 들고 은행에 가는 방법도 있다. 필자는 일주일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입금을 했는데 카드가 나오기 전에 쉐어룸을 구해서 보증금과 2주 방세를 선불로 내야 했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며칠 전에 계좌를 만들었고 아직 카드를 못 받았는데 돈을 인출하고 싶다고 설명해서 필요한 만큼의 돈을 찾을 수 있었다.

 

자칫 소홀해서 잊어버리기 쉬운 게 계좌번호와 BSB 번호이다. 은행 카드에 계좌번호가 적혀 있는 게 아니므로 처음 계좌를 만들 때 반드시 두 가지는 따로 메모해 두자. 한국에서 송금을 받는 경우, 급여를 은행 계좌로 받는 경우에 이 두 가지 번호는 필수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계좌 번호만 있으면 되니까 BSB 번호는 놓치기 쉽다. 번호를 몰라 나중에 은행에 가서 알아낼 수도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두 가지 번호는 꼭 메모하자.

 

은행 계좌에 관한 마지막 조언은 호주를 떠나 한국에 돌아올 때 계좌를 해지(close an account)하라는 것이다. 은행에 따라 매월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돈만 모두 인출하고 계좌를 닫지 않으면 내 이름의 마이너스 통장을 호주에 남기게 될 수도 있다. 만일 다시 호주에 가서 살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오는 자세도 필요하다.

 

택스 파일 넘버(Tax File Number) 신청하기

 

호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택스 파일 넘버(약자로 TFN)이다.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9자리 번호이다. 워킹홀리데이로 간다면 도착 후 택스 파일 넘버 신청도 필수다. 가까운 세무서(Taxation Office)에 가서 신청해도 되지만 요즘은 거의 인터넷(www.ato.gov.au)으로 신청한다. 필자는 세무서에 가서 도움을 받아 인터넷으로 작성했다. 호주에 가서 이미 신청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미리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준비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택스 파일 넘버도 신청 후 보통 2주 후에 우편물로 발송된다. 우편물을 받을 주소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가까운 우체국 주소를 기입하고 2주 후에 우체국으로 찾아 가도 된다. 이 번호도 개인 수첩에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한국인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면 택스 파일 넘버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농장에서 일을 하거나 현지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일하기 전 서류 작성을 할 때 택스 파일 넘버가 필요하다.

 

모바일 폰(mobile phone) 구입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 전화를 호주에서는 모바일 폰(줄여서 모바일)이라 부른다. 휴대폰 없이 1년 버틸 생각하면 영 갑갑하다. 며칠 동안의 비즈니스 출장이 아니라면 우리 나라에서 쓰던 휴대폰을 로밍서비스 받아 갈 생각은 접는 게 좋다. 전화 요금이 만만치 않다. 공부만 하거나 여행만 할 생각이면 휴대폰 없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을 할 생각이면 당장 이력서를 넣더라도 연락 받을 전화가 필요하다.

 

호주에는 옵터스, 텔스트라, 보다폰 등의 모바일 통신 회사가 있고, 매월 요금을 내는 방법 외에 선불 요금제(pre-paid)가 있다. 1년 워킹홀리데이로 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 선불 요금제를 사용한다. 처음 모바일을 구입할 때 필요한 만큼 충전(recharge)을 하면(보통 30달러, 50달러, 100달러가 있음) 전화하는데 돈을 다 쓰더라도 6개월까지 전화를 받는 건 가능하다. 충전 쿠폰은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구입해 본인 휴대폰에 번호를 입력해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

호주는 우리 나라보다 전화 요금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전화비를 아끼기 위해 선불 요금제를 많이 사용한다. 일부 통신사는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해 가까운 친구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통신사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당시, 필자가 가장 감탄(?)했던 점은 아무리 싼 휴대폰에 선불 요금제를 쓰더라도 발신자 번호 표시가 무료였다는 것이다. 충전한 요금을 다 쓰고 받는 전화로만 사용하더라도 상대방 번호 표시는 기본이다.

 

참고로 공중 전화를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카드는 우리 나라 전화카드처럼 공중 전화기에 넣었다 빼는 방식의 ‘텔스트라’ 카드이다. 공중 전화 기본 요금은 2005년 상반기 당시 40센트(한화로 약 320원)이며, 동전을 사용할 경우 1달러를 넣더라도 사용하고 남은 금액이 나오지 않으므로 전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번호를 입력해 사용하는 충전식 전화 카드도 있는데 절대 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구입했던 전화 카드 때문에 거의 한 시간을 헤맸던 악몽이 떠오른다. 수없이 혼자서 시도해 보다가 공항 내에서 안내하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전화 카드를 산 곳에 가서 도저히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전화 번호를 내밀며 대신 전화를 걸어 달라고 요청했다. 황당했던 건 전화 카드를 판매한 사람도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전화 카드 때문에 진땀을 빼다니, 가장 곤혹스러웠던 경험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일단 발등의 불을 끈 후, 그 사람의 설명을 대충 이해하고 나중에 혼자 끙끙대며 통화에 성공해 간신히 나머지 요금을 다 쓰긴 했지만 다시는 그 카드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로 (2005년 9월 여행신화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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