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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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여행노트 만들기

배낭여행을 준비하기 전 가이드북 한권을 통째로 들고갈 수도 있고, 필요한 부분만 적당히 떼어가거나 중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따로 노트를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취향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이드북 몇 권과 관련 역사서, 문화서 뿐 아니라 인터넷 여행기, 여행정보 역시 잔뜩 읽은 후 중요한 부분만 따로 적어 나만의 여행준비 노트를 만들어가곤 한다.

무작정 지도 하나만 들고 길을 떠난다던가, 잘 읽지도 않아 때로는 짐만 될 수도 있는 가이드북 한권을 들고 여행을 떠날수도 있겠지만 자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어디서나 통용되는 것 같다. 팍팍하고 완벽하게 루트 하나하나를 전부 짜 지쳐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가는 곳의 기본 배경 지식과 분위기, 언어, 의식주와 습성 등을 알고가야 훨씬 재미있고 이해 빠르게 그 곳을 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행은 준비할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가기전 마음에 드는 여행루트를 따라 이런저런 것들을 읽으며 머리로 몇바퀴씩 돌다보면 출발하기 전부터 여행 특유의 달뜬 바람 냄새가 폴폴 풍길 것이다.

간단한 여행 준비 노트 만들기 팁을 공개한다.

1)    우선 읽어라 : 가고싶은 곳이 있는가? 우선 읽어라.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관련 가이드북, 역사서와 문화서 등 읽고싶은 부분을 닥치는대로 읽어라. 인터넷 여행기도 좋고, 다녀온 사람들이 올려놓은 여행정보도 좋다. 읽다보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생기는지 조금씩 감을 잡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을 것 같은 것, 마음에 드는 사항들은 체크해두어라.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벼룩시장, 북경의 특이한 꼬치구이들, 혹은 스쿠버다이빙, 트래킹, 아니면 그냥 도시 이름 등 어느것이라도 좋다.
또한 이것저것 읽다보면 이곳이 정말 건조해서 립밤이나 핸드크림을 챙겨가야하는 곳인지 아닌지하는 시시콜콜한 것부터 평소에 알지 못했던 축제나 가기전 꼭 알아야할 매너들 등 많은 것들이 자기도 모르게 흡수되기 시작할 것이다.

2)    컨셉이나 목표를 잡아라 : 복잡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돈을 좀 지출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하고싶은 큰 줄기가 있을 것이다. 먹거리 기행이 될 수도, 쇼핑이 될 수도, 미술작품 구경이나 레포츠를 즐기는게 될 수도 있겠다.

3)    거리를 잰다 : 가고싶은 곳, 하고싶은 것을 체크했다면 거리를 재라.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깝고 편한지. 지도에 우선 대충 선만 그려놔라.

4)    자는게 제일 중요하다 : 사실 먹는 것은 대충만 알아두고 가서 접해봐도 좋다. 하지만 숙박은 아니다. 구구절절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그 동네의 몇 개 숙박정보는 꼭 알아두자. 배낭메고 의기양양하게 그 도시로 딱 떨어지고나서 가장 먼저는 짐을 풀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자신의 취향, 안전도, 청결도나 추천도 등 적합한 여행자 숙소 몇 군데를 꼭 적어놓자. 일전에 유명한 숙소 달랑 한 군데만 적어놓고 밤 12시에 그 곳으로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위험한 밤거리 택시를 타고 돌았지만 그 숙소가 작년에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당황했었다. 숙소 몇 곳의 가격, 상태, 주소와 특징을 간단하게 적어두자.

5)    세부사항 붙이기 : 사실 숙박과 주요 볼거리만 정해놓아도 여행준비의 반은 끝난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대략적으로 짜놓은 루트에 살을 붙인다. 스스로 간단한 지도를 그려도 좋고, 가려는 도시마다의 특이사항과 체크사항을 적어둔다. 이 도시부터 이곳까지 몇시간이 들고 가격은 대충 어느정도인지, 혹은 내가 하고싶은 레포츠나 함께 하고싶은 축제 등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 입장료는 대략 얼마인지 써놓는다. 유럽같이 대부분 가격 고정제인 곳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동이나 인도, 중국 등 바가지를 쓰기 쉬운 곳에서는 선배 여행자들의 가격이나 루트 체크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단한 예시

티벳 천장북로를 여행한 대략적인 루트의 일부이다. 사천에서 라싸까지 가는 곳곳 들를 간단한 마을 정보와 교통사항, 숙박을 적어놓은 것이 보인다. (티벳은 오지에 가깝기 때문에 미리 루트를 잘 짜놓고 가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개인적으로 트레킹을 좋아하여 티벳주 뽀미 마을의 메톡트래킹을 할 계획이었으나 10월초 티벳 고원에 폭설이 내렸고 라싸까지 가는 통행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루트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왼쪽편에 사이트에서 보고 따라그린 간단한 지도가 보인다.

이 역시 티벳주 여행 준비 중 그려놓은 일부이다. 보고싶은 포인트(절이나 공원)을 체크해놓았고 PC방 등 티벳에서 찾기 힘든 곳을 표시해놓았다. 이것을 정리하며 티벳주 참도 마을의 란창강이 인도차이나 반도로 흘러가는
메콩강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여행노트를 만든 거의 초창기 작품(?)의 일부다. 정신없고 지저분하지만 긴 여행내내 톡톡한 도움을 주었다. 맨 위부터 이집트에서 먹고 싶은 것, 택시같은 기본 교통요금의 적정 가격과 숙박시설의 특징과 가격을 적어놓았는데 막상 가보니 가격차이가 조금씩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이것도 초창기 작품. 정보가 정신없이 나열되어 있지만 점차 요령이 생겨
맨 위 티벳노트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숙박정보가 가장 중요하게 적혀있다.

이것은 중국 서부를 여행 중 갑자기 루트가 바뀌어 급하게 찾은 서안 정보들이다.
급하게 루트 변경이 생겼을때는 피씨방이나 서점에 들어가 보고싶은 포인트와 그 설명, 숙박 정보 딱 두개만 찾아놔도 반은 준비된 셈이다.

여행노트는 사진과는 또 다른 타임캡슐이다. 구체적인 정보들, 나만의 자취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여행노트는 언제 꺼내봐도 진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혼자가는 여행에서는 가이드 없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조금이라도 미리 공부해오지 않으면 아쉬운 부분이 분명 생기기 쉽다. 터키 에페스에서 폐허가 되어 나뒹구는 돌멩이 몇 개를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사실 그것은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 터였다. 미리 체크해놓지 않았으면 아무도 몰랐을 보물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해가 떠 있을 때 절식하는 중동의 의식 중 하나인 라마단 기간인줄도 모르고 왔다가 먹을 것을 제대로 준비 못해 고역을 치루는 여행객도 보았다. 떠나기 전 취향따라 많이 챙겨보며 나만의 여행노트를 만들어보자. 분명 여행 중 뿐 아니라 여행 전후에도 톡톡한 여행 일등공신으로 자리할 것이다.

여행을 하며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간단한 스케줄들. 지금봐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여행노트와 함께 다이어리는 여행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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