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협상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 상대방이 이미 당신의 카드를 모두 알고 있을 때다. 최근 기업들이 구직자의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최저 임금 기준을 산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거에는 연봉 협상이 경험과 감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노동 가치를 수치화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 구직자의 이전 연봉, 거주 지역, 학력, 심지어는 온라인 행동 패턴까지 포함된다. 이 데이터들은 인공지능 모델에 입력되어 “이 사람이 받아들일 최저 연봉”을 예측한다. 문제는 이러한 예측이 개인의 경제적 필요나 시장 가치와 무관하게, 오직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40대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8천만 원이더라도, 그가 과거에 낮은 연봉을 받았거나 구직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면, 알고리즘은 그보다 낮은 금액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위험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구직자는 자신이 어떤 데이터로 평가되고 있는지, 그 데이터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 수 없다. 반면 기업은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협상에 임한다. 이는 마치 포커 게임에서 한 쪽만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과거에도 기업은 구직자의 약점을 파악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자동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인간의 직관이 아닌 기계의 계산이 결정권을 쥐게 된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이 스스로를 정당화한다는 사실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평가”라고 주장하지만, 그 데이터 자체가 편향된 역사와 구조적 불평등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이나 소수자, 경력이 단절된 구직자들이 과거에 낮은 연봉을 받았다면, 알고리즘은 그 패턴을 그대로 재생산할 뿐이다. 기술이 공정성을 높인다는 환상은 이렇게 깨진다. 오히려 기술은 기존의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그것을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데이터의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공개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구직자들도 자신의 데이터를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과거 연봉 정보를 요구하는 채용 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능하다면 제공을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에, 우리는 그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그 기준을 설정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의 가치는 결코 수치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험, 창의성, 열정은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기업들이 알고리즘에 의존할수록, 우리는 그 한계를 더욱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의 가치는 숫자에 갇히고, 그 숫자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조작될 것이다.
이 기사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