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1일

바보와 함께하는 기술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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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들었던 노래가 있다. 펫 샵 보이즈의 I’m with Stupid. 가사는 단순했지만, 왠지 모르게 귀에 박혔다. “I’m with stupid / And I like it”이라는 반복되는 구절은, 당시 내가 겪고 있던 프로젝트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했다. 그 프로젝트는 최신 기술 스택을 도입했지만, 정작 팀원들은 그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따라가기 급급했다. 마치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데, 그 사람이 방향을 모른 채 그저 빠르게만 걷는 느낌이었다. 기술은 진화하지만,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이해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 우리는 정말로 ‘바보와 함께’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의 발전은 종종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가 등장할수록,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더욱 두드러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단어들은 이제 일상어가 되었지만, 정작 그 이면에 있는 원리나 한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그 재료의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술은 점점 더 추상화되고, 사용자는 그 추상화된 레이어 위에서만 움직인다. 문제는 그 추상화된 레이어가 무너졌을 때,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펫 샵 보이즈의 노래는 정치 풍자라는 해석이 있다. 조지 W. 부시와 토니 블레어의 관계를 빗댄 가사라는 것이다. 두 리더가 서로를 지지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결정이 가져온 결과는 어리석음의 연속이었다. 기술 세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 어떤 기술이 ‘유행’이 되면, 모두가 그 기술을 채택하려 하지만, 정작 그 기술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혹은 그 기술이 가져올 부작용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메타버스 같은 단어들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그 기술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한계를 지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행은 종종 무지와의 동행을 요구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지만, 그 도구를 다루는 사람의 의도와 이해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개발자로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기술의 선택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맞서야 할 때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복잡성도 증가시킨다. 작은 팀이라면 모놀리식 아키텍처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서비스’라는 단어 하나에 매료되어, 정작 그 팀의 규모나 역량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결과는 종종 재앙이다. 기술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인데, 그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마치 자동차의 속도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술의 세계에서 ‘바보와 함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순간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학습 곡선을 요구하고, 그 곡선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지한 상태를 경험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다. “이 기술은 왜 필요한가?”, “이 기술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 기술이 실패할 경우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유행에 휩쓸리는 바보가 될 뿐이다.

펫 샵 보이즈의 노래는 가벼운 멜로디와는 대조적으로, 무게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인간의 판단과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 그 선택이 현명할 때, 기술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리석다면, 우리는 그저 ‘바보와 함께’ 있을 뿐이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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