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1일

바사울의 녹색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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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에 접어들면서 자주 생각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고요함이란 무엇일까. 도시의 소음 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 사이에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침묵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바사울 계곡의 풍경
힌두쿠시 산맥 아래 펼쳐진 바사울의 녹색 계곡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작은 마을, 바사울. 이곳에서 바라본 힌두쿠시 산맥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빛 도는 암벽과 그 아래 펼쳐진 끝없는 녹색의 대비.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도 이런 경외감을 줄 수 없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살구를 건네주었다. 통역도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었다. 그 살구의 달콤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바사울의 살구나무
햇살 아래 익어가는 살구들

이곳 사람들에게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그들의 삶에는 마감도, 성과 지표도, 분기별 목표도 없었다. 오직 계절의 리듬만이 있을 뿐.

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산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라면 이런 시간은 낭비라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바사울에서의 그 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한 순간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느끼는, 그런 역설적인 충만함.

돌아오는 길,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위에서 생각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바쁘게 사는 걸까. 바사울의 농부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은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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