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한창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개발자들은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외치며 밤을 새워 코드를 작성했고,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문을 외우며 수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시장은 냉정해졌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라졌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역사책의 각주로 남았다. 그때의 열기와 실패는 마치 모래 위에 그린 그림처럼, 파도가 한 번 쓸고 지나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Allbirds의 몰락은 그 그림이 다시 그려진 것뿐이다. 한때 4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이 신발 회사는 이제 거의 무가치한 자산으로 매각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업 실패가 아니라, 기술과 유행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집단 환상’에 가깝다. Allbirds는 신발이라는 전통적인 제품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기술을 덧씌웠다.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며, 심지어 “세상을 바꾸는 신발”이라는 슬로건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팔았던 것은 신발이 아니라, 그 신발을 둘러싼 서사였다.
기술 산업에서 이런 서사는 낯설지 않다. 한때 블록체인이 모든 산업을 혁신할 것처럼 떠들썩했고, 메타버스가 다음 세대의 인터넷이 될 것처럼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열기는 대부분 사그라든다. 문제는 이런 서사가 사라질 때 남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Allbirds의 신발은 여전히 신발일 뿐이고, 그들의 ‘기술’은 결국 마케팅 용어에 불과했다. 진짜 기술이라면, 그것이 사라져도 남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사라져도 TCP/IP 프로토콜은 남고, 스마트폰이 사라져도 반도체 기술은 남는다. 하지만 Allbirds의 ‘지속 가능성’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사라졌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Allbirds는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문제를 재정의하려고 했다. 그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고, 그 시장에 맞춰 제품을 설계했다. 하지만 그 시장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시장은 그 환상을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기술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술은 언제나 ‘혁신’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그 혁신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혁신은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그 유행이 사라진 후에도 남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은 한때 유행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인프라의 기본이 되었다. 반면에 NFT나 웹3는 여전히 유행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llbirds의 실패는 또한 ‘기술 브로’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 있다. 그들은 기술 산업의 언어를 빌려와 신발에 적용했지만, 그 언어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기술 브로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역사는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해결하는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이제 Allbirds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기술과 유행의 경계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지금 열광하고 있는 기술들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결국 Allbirds처럼 사라질까?
이 기사의 원문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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