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나르 강이 유유히 흐르는 아스마르. 아프가니스탄 동부, 파키스탄 국경과 맞닿은 이 작은 마을에서 나는 물의 언어를 배웠다.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낭떠러지를 만나면 떨어지며, 그렇게 쉼 없이 제 갈 길을 간다. 마흔이 넘어 깨닫는 것들이 있다. 삶도 저 강물과 같다는 것.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것.

강가에 앉아 발을 담근다. 차가운 물살이 발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지나온 시간들도 이렇게 흘러갔구나. 붙잡으려 애썼던 것들, 놓지 못해 아팠던 것들, 모두 물처럼 흘러가 버렸다.
아스마르의 아이들이 강에서 뛰어논다. 웃음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진다. 전쟁의 땅에서도 아이들은 웃는다. 그 웃음 앞에서 나의 근심은 부끄러워진다. 나는 무엇을 그리 걱정하며 살았던가.

해질녘, 강물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 그것만이 진짜다.
현지인 노인이 다가와 차를 건넨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모든 것이 전해진다. 낯선 이에게 베푸는 따뜻함.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밤이 되자 강물 소리만 남는다. 졸졸졸, 쏴아아.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 이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 이보다 큰 사치가 있을까.
아스마르에서 배운 것.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지 말 것. 멈춰 있는 물은 썩는다. 흘러야 맑아지고, 놓아야 채워진다. 사십 대의 지혜는 어쩌면 ‘놓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떠나는 아침, 강물에 손을 담근다. 작별 인사다. 강물은 대답 없이 흘러간다. 그것이 강물의 대답이다. 너도 흘러가라고, 멈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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