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지도 위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게레쉬크.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의 작은 도시. 사십 대 중반,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었던 그때, 이 먼 땅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레쉬크는 헬만드 강을 끼고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만나는 초록빛 농경지,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처럼 당연한 것들이, 이곳에서는 기적처럼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십 대가 되니 ‘안정’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들린다. 한때는 모험을 뜻했던 여행이, 이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게레쉬크의 메마른 바람 속에서, 나는 묻는다. 진정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이 도시의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간다. 그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것은 체념이 아닌 고요한 의지다. 나 역시 삶의 중반을 지나며 배운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꿀 수 있다는 것.

게레쉬크에서의 시간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내 안의 소란스러움이 잠들었다. 사십 대의 여행은 더 이상 새로운 곳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낯선 곳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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