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갑자기 인공지능으로 뒤덮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뉴스에는 또 어떤 기업이 AI로 혁신을 이루었다는 소식이 쏟아지고, 저녁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AI 관련 강의를 추천한다. 모두가 AI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이야기 속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그래서, 누가 돈을 벌고 있는가?”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정보의 민주화와 무한한 기회에 열광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 무한한 기회의 대부분은 소수의 플랫폼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AI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극단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AI는 그 자체로 자본과 데이터의 집중을 가속화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AI의 경제적 가치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이익은 고스란히 기업의 주주와 대주주에게 흘러들어간다. 직원 개개인이 AI 도구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임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면 임금 하락 압력이 커질 뿐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항상 노동자와 자본가의 권력 불균형을 심화시켜 왔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그랬듯, AI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개발자나 창업자가 AI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AI 시장은 이미 거대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다. 클라우드 인프라, 대규모 데이터, 고성능 컴퓨팅 자원은 모두 자본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의 인프라를 빌려야 한다. 결국 AI 생태계는 이들 기업의 하청업체나 협력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기술 혁명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희망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의 얼굴이다. AI도 다르지 않다. 희망의 얼굴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그려지지만, 현실의 얼굴은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또 하나의 산업으로 나타난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분명 크다. 하지만 그 변화의 열매가 고르게 분배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부의 집중은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다. AI가 개인에게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은 마치 복권에 당첨될 것이라는 기대와 비슷하다. 가능성은 있지만, 그 가능성에 기대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AI가 인간의 노동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기술 혁명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인지 능력 자체를 대체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한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가치와 연결된 문제다. AI가 인간의 창의성까지 대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팔아서 살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답이 “AI를 활용하라”는 단순한 조언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도구다. 그 도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가 자동으로 부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은 자본의 논리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고, 그 논리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먼저 그 변화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이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