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의 수명은 5년, SSD도 10년이면 불안하다. 클라우드에 올려둔 데이터도 결국은 어딘가의 물리적 저장소에 있다. 그 저장소도 언젠가는 망가진다. 우리가 만드는 디지털 자산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Project Silica. 레이저로 유리 내부에 미세한 구조를 새겨 데이터를 기록한다. 수명? 수천 년이다.
왜 천년인가
처음에는 “천년이 뭔 소용이야”라고 생각했다. 나도 100년 못 살 텐데.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의미가 보인다.
인류의 기록 대부분은 우연히 살아남았다. 파피루스 두루마리, 양피지 문서, 구텐베르크 성경. 의도적으로 보존한 게 아니라 운 좋게 남은 것들이다. 디지털 시대의 기록은 어떨까? USB 메모리 안에 있는 가족사진은 50년 뒤에도 읽을 수 있을까?
개발자로서의 관점
코드를 작성할 때 “이 코드는 내가 죽은 뒤에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는 다르다. 5년, 10년 뒤를 생각한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포맷 호환성, 백업 전략.
40대가 되면서 “내가 만든 것이 남는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코드든, 문서든, 사진이든. 그것들이 나보다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게 된다.
영속성의 역설
재미있는 건, 가장 오래 살아남는 매체는 가장 단순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돌에 새긴 글씨, 점토판, 유리. 복잡한 전자 장치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안정한 물질.
어쩌면 가장 미래지향적인 기술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리콘이 아닌 유리, 전자가 아닌 광학.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원점으로 회귀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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