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Farah). 아프가니스탄 서부, 이란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 사막 한가운데 솟아난 도시. 왜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살게 됐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이었다. 파라흐루드 강이 이 척박한 땅을 관통한다. 사막에서 물은 곧 생명이고, 생명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원리다.
먼지와 햇살
낮의 파라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황토색 구름이 피어올랐다. 눈을 가늘게 뜨고 걸었다. 햇살이 너무 강해서 모든 것이 하얗게 바랬다.

한 카페에 들어갔다. 선풍기가 덜덜거리며 돌아갔다. 에어컨은 없었다. 젊은 청년이 콜라를 가져다줬다. 차갑지 않았지만 달콤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였다.
전쟁의 흔적
파라는 오랜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거리 곳곳에 총탄 자국이 남은 건물들. 하지만 그 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상인들이 물건을 팔았다. 삶은 계속된다.

40대가 되어 이런 곳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건, 평화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다. 서울의 일상이,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가, 지하철 출근길이 얼마나 기적인지. 파라의 사람들을 보며 그걸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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