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미국 UC 캠퍼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처음으로 컴퓨터공학 전공 등록률이 감소한 것이다. 작년 3%에 이어 올해는 무려 6%가 줄었다. 전체 대학 등록률이 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흥미로운 건 UC 샌디에이고만 예외라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올 가을 AI 전공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기술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더 미래 지향적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MIT Technology Review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학들은 AI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위협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국 학생과 교수의 60%가 매일 여러 번 AI 도구를 사용한다. 저장대학교는 AI 교육과정을 필수로 지정했고, 칭화대학교는 아예 AI 단과대학을 새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AI 활용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 소양이 됐다.
미국 대학들의 부산한 움직임
미국도 서둘러 따라잡고 있다. MIT에서는 “AI와 의사결정” 전공이 단숨에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전공으로 올라섰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는 AI·사이버보안 단과대학을 신설해 첫 학기에 3,000명 이상을 등록시켰다. 버팔로대학교의 “AI와 사회” 학부는 문을 열기도 전에 200명 이상이 지원했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전환이 순탄한 건 아니다. UNC 채플힐의 Lee Roberts 총장은 교수진 사이에 스펙트럼이 있다고 말했다. AI를 적극 수용하는 쪽과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쪽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졸업 후 누구도 학생에게 AI를 쓰면 문제가 될 거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일부 교수들은 사실상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부모들도 방향을 바꾸고 있다
입시 컨설턴트 David Reynaldo에 따르면, 한때 아이들을 컴퓨터공학으로 밀던 부모들이 이제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AI 자동화에 덜 취약해 보이는 기계공학이나 전기공학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이 아니라 이동이다
Computing Research Association의 설문조사 결과, 62%의 대학이 컴퓨팅 프로그램 등록 감소를 보고했다. 숫자만 보면 우려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AI 프로그램의 폭발적 성장을 함께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USC, 컬럼비아, 페이스대학교, 뉴멕시코주립대학교 등이 내년에 AI 학위 프로그램을 런칭한다. 학생들은 기술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AI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 트렌드는 한국 대학들에게도 중요한 신호다. 단순히 “컴퓨터공학”이라는 간판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AI 특화 과정, 실습 중심 커리큘럼, 무엇보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ChatGPT를 금지할지 말지 논쟁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 질문은 다르다. 충분히 빨리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이미 답을 가진 학교로 학생들이 떠나는 걸 지켜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