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든 그 도시만의 색이 있다. 파리는 회색빛 지붕 아래 낭만이 깃들고, 도쿄는 네온 불빛 속에서 고독을 품는다. 그렇다면 카불은 어떤 색일까. 나는 이 도시가 ‘노란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샤-에-두 샴시라 모스크 앞에 섰을 때,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황금빛 미나렛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그 뒤로는 산비탈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집들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자리하고 있었다. 전쟁과 혼란의 역사 속에서도 이 건물은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마흔이 넘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아름다움이란 결코 완벽함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이 간 도자기가 더 깊은 이야기를 품듯, 상처 입은 도시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흰색 모스크 앞에서 비둘기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평화의 상징이라 불리는 새들이 이 고난의 땅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있었다.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희망을 보았다.
여행이란 결국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카불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바부르 정원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따뜻했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웃음으로, 손짓으로 환대를 표현했다. 15세기 무굴 제국의 창시자가 영면한 이 정원에서, 나는 시간을 초월한 인간의 본성을 목격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카불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결국 이것이었다. 폐허 위에서도 꽃은 핀다. 상처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자란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때 이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카불의 노란 모스크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