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로카스트라를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착각에 빠졌다. 회색빛 돌로 지어진 집들이 산비탈을 따라 겹겹이 쌓여 있었다. “돌의 도시”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었다.
이 도시는 부드럽지 않았다. 친절하게 환영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거기 서서, 수백 년을 버텨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40대는 단단해져야 하는 나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흔들리지 않는 것,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항상 의연한 것. 그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로카스트라의 돌집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단단한 돌벽 사이로 작은 창문들이 나 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틈, 바람이 통하는 구멍. 완전히 닫히지 않은 여백들.

지로카스트라 성채에 올랐다. 알바니아에서 가장 큰 이 성은 냉전 시대에는 감옥으로 쓰였다. 독재 정권에 저항한 이들이 이곳에 갇혔다. 나는 어두운 감방 앞에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진짜 단단함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차단하는 벽일까,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중심일까.
감옥에 갇혔던 이들은 육체는 갇혔어도 정신은 굴복하지 않았다. 그들의 단단함은 돌벽이 아니라 신념이었다.

저녁, 구시가지의 작은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먹었다. 주인 할머니가 서투른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알고 보니 그녀의 아버지도 그 감옥에 갇혔던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원망 대신 평화가 있었다.
“과거는 과거예요.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지로카스트라가 가르쳐준 단단함은 이것이었다. 모든 것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는 것. 흔들려도 괜찮다. 부서지지만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