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작은 마을에서 모두가 함께 쓰던 공용 우물이 있었다. 누구나 물을 길어 쓸 수 있었고, 그 물로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나 우물에 자물쇠를 채우며 “이 우물은 내 조상이 판 것이니 이제부터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했다. 마을 사람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이 물을 자유롭게 썼잖아!” 그 사람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너희가 몰랐기 때문이야.”
AV1 코덱을 둘러싼 최근의 소송 소식은 마치 이 우물 이야기와 닮아 있다. 2018년,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거대 기업들이 모여 만든 얼라이언스 포 오픈 미디어(AOMedia)는 AV1을 “완전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비디오 코덱으로 발표했다. 로열티 없는 개방형 기술이라는 약속은 많은 개발자와 기업에게 희망을 주었다. 특히 스트리밍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효율성과 비용 절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기 때문이다. AV1은 VP9의 후속작이자 H.265(HEVC)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며, 기술 커뮤니티는 환호했다. “드디어 자유로운 비디오 혁명이 시작된다”고.
그런데 그 약속에 금이 가고 있다. 돌비 연구소가 스냅챗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AV1이 돌비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돌비는 AV1이 자사의 Dolby Vision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AOMedia가 내세운 “로열티 프리”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소송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술의 자유는 언제나 누군가의 이익과 충돌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AV1의 개발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AOMedia는 AV1이 기존 특허를 우회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지만, 특허라는 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과 같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피하려 해도 어딘가에는 걸리기 마련이다. 특히 돌비처럼 오랜 기간 기술 표준을 주도해온 기업들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방대하다. 그들이 “우리가 가진 특허 중 일부가 AV1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설령 AOMedia가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이 사건은 AV1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코덱의 운명을 넘어서, 개방형 기술 생태계의 근간을 흔든다. 로열티 없는 기술이라는 약속은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뛰어들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만약 AV1이 특허 분쟁에 휘말려 사용이 제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더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고, 결국 그 비용은 콘텐츠 가격이나 광고료로 전가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기술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AV1 소송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기술 표준을 누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 과거 H.264나 H.265 같은 표준은 MPEG-LA라는 특허 풀을 통해 로열티를 관리했다. 이 방식은 명확한 대신 비용 부담이 컸고, 특히 중소기업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는 큰 장벽이었다. 반면 AV1은 로열티 없는 개방형 모델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돌비의 소송은 이 모델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개방형 기술이라 해도 법적 분쟁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특히 특허가 얽힌 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사건은 기술 커뮤니티에 경각심을 일깨운다. 개방과 혁신은 언제나 법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으며,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AV1이 성공하려면 기술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AOMedia는 돌비와의 협상을 통해 특허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AV1은 또 다른 특허 소송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이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술의 자유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V1이 약속한 “로열티 프리”는 이상에 가까웠을 뿐, 현실은 언제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개발자들은 이제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기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희생이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AV1의 운명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될 테고, 그 결과는 단순히 한 코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생태계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그 진보는 더 많은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충돌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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