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숫자로 시작하고 숫자로 끝난다. 72,000이라는 수치는 가늠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녔다. 이 숫자는 단순히 사망자 통계가 아니다. 각 숫자 뒤에 숨겨진 이름, 얼굴, 이야기들이 한데 뭉개져 데이터베이스 한 줄로 축약된 결과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숫자로 환원한다. 병원 기록, 금융 거래, 심지어 인간의 생명까지도. 그런데 정작 그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잊어버리기 쉽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데이터의 효율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알고리즘은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패턴을 발견하며, 예측 모델을 구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원천이 무엇인지는 종종 무시된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명단은 아마도 정부 기관이나 국제기구의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이름, 나이, 사망 일시, 사망 원인 같은 필드로 구성된 테이블. SQL 쿼리 한 줄이면 전체 통계를 뽑아낼 수 있다. “SELECT COUNT(*) FROM casualties WHERE region = ‘Gaza’ AND death_date BETWEEN ‘2023-10-07’ AND NOW()” — 이렇게 간단한 명령어가 72,000이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그런데 이 숫자를 마주할 때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데이터베이스 설계자는 이 테이블을 만들면서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casualties”라는 테이블 이름을 정할 때, “death_cause”라는 컬럼을 추가할 때, 그 사람은 이 데이터가 실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의식했을까? 기술은 언제나 객관성을 추구하지만, 객관성은 때로 냉정함을 낳는다. 숫자는 감정을 배제한 채 효율적으로 처리되지만, 그 숫자들이 상징하는 현실은 결코 냉정하지 않다.
개발자들은 종종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을 한다. 입력 데이터가 부정확하면 출력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원칙이 인간의 고통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72,000이라는 숫자가 정확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쟁터에서 즉사한 사람,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 실종된 사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 이들은 모두 데이터의 빈틈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 빈틈은 결코 메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기억되어야 한다. 이름과 함께, 이야기와 함께.
원문의 이 문장은 기술이 가진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낸다. 기술은 인간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데 탁월하지만, 정작 그 데이터가 인간성을 얼마나 왜곡하는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의 행동을 데이터 포인트로 수집하고, 광고 알고리즘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 고민, 고통은 사라진다. 팔로워 수, 좋아요 수, 클릭률 — 이런 지표들은 인간의 삶을 단편적으로 표현할 뿐, 그 이면의 복잡한 내러티브는 무시한다.
개발자로서 우리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 효율성과 확장성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시스템이 다루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병원 관리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환자의 의료 기록뿐만 아니라 그들의 두려움과 희망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을 만든다면 거래 내역뿐만 아니라 그 거래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전쟁 사망자 데이터베이스를 다룬다면, 그 데이터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 친구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숫자로 만들지만, 동시에 그 숫자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도 있다. 데이터 시각화는 추상적인 숫자를 직관적인 형태로 변환하여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다. 72,000이라는 숫자를 점으로 표현한 그래픽, 각 점에 담긴 이름과 사진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맵 — 이런 시도들은 숫자가 가진 무게를 다시금 일깨운다. 기술이 인간의 고통을 잊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고통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분석되고, 예측된다. 하지만 그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숫자는 결코 인간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 이름 없는 사망자 명단, 잊혀진 이야기들, 사라진 기억들 — 이런 것들은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개발자로서, 기술자로서,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 효율성만큼이나 인간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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