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의 어느 이민 사무소에서, 서류 한 장이 두 사람의 삶을 갈랐다. 22세의 애니 라모스는 세 살 때 미국에 입국한 이래 단 한 번도 자의로 국경을 넘은 적이 없다. 그녀의 남편은 현역 육군 하사관이다. 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출석한 이민 면담 자리에서 그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되었고, 닷새 동안 구치소에 머물렀다. 같은 달, 또 다른 현역 군인의 아내 데이시 리베라 오르테가가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두 사건 모두 ‘합법적인 절차’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었지만, 그 결과는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시스템의 비인격성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수십 년간 코드와 알고리즘을 다루며 ‘규칙은 규칙’이라는 명제를 숱하게 목격해왔다. 하지만 그 규칙이 인간의 삶을 다루는 순간, 특히 그 규칙이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할 때, 시스템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다. 이민법의 복잡한 절차는 종종 ‘합법적’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모호함을 드러낸다. 애니 라모스는 DACA(Dreamers Act) 수혜자로서 미국에서 자랐고, 군 복무 중인 남편의 배우자로서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불법 입국’이라는 딱지가 평생 따라다닐 운명이다. 코드에서 버그를 수정하듯, 법도 때때로 예외 처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알고리즘은 편견을 재생산하고, 데이터는 맥락을 무시한다. 이민 시스템도 다르지 않다. 서류와 숫자로 환원된 인간의 삶은, 때로 기계적인 판단을 낳는다. 데이시 리베라 오르테가의 경우, 그녀의 남편은 20년 넘게 군 복무를 해왔지만, 그 사실이 아내의 구금 결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스템은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입력된 조건에 따라 출력할 뿐이다. 개발자로서 이런 비효율과 비인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이 사건들은 또한 ‘안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은 이민자를 ‘위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애니 라모스와 데이시 리베라 오르테가는 위협이 아니다. 그들은 미국 사회의 일원이며, 그중 한 명은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군인의 배우자다. 안보를 논할 때, 과연 누구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국경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안전과 가족의 안정을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 기술이 국경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대이지만, 그 기술이 과연 인간의 안녕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민 문제는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덕, 경제, 문화가 얽힌 복잡한 문제다. 소프트웨어가 버그를 수정하듯, 사회 시스템도 지속적인 피드백과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개선이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시스템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것이다. 애니 라모스와 데이시 리베라 오르테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 사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경은 선으로 그어지지만, 그 선을 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보여준다.
이민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인간은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사람을 섬기게 하라. 사람이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도록.
관련 뉴스는 BBC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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