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5월 01일

포스트그레스는 정말 못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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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 스케일링에 관한 논의는 언제나 뜨겁다. 특히 “포스트그레스는 스케일링이 안 된다”는 말은 마치 개발자들 사이에서 입에 착 달라붙은 껌처럼 반복된다. 이 말에 동의하는 이들은 주로 두 부류다. 첫째, 클라우드 벤더들이 자사의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팔기 위해 심어놓은 선입견에 젖은 이들. 둘째, 한때 포스트그레스로 삽질을 해봤지만 제대로 된 튜닝 없이 성능 저하를 경험한 후 “역시 오라클이 최고야”라며 등을 돌린 이들. 하지만 이 논쟁은 마치 “자동차는 고속도로에서 200km로 달릴 수 없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기술의 한계를 운운하기 전에, 그 기술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DBOS에서 발표한 벤치마크 결과는 이런 선입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들은 포스트그레스를 이용해 초당 100만 개의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수치는 단순히 “대규모”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시스템이 단일 데이터베이스 인스턴스에서 동작했다는 사실이다.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을 피하면서도 이런 성능을 달성했다는 것은, 포스트그레스의 잠재력이 그동안 얼마나 과소평가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포스트그레스가 스케일링에 취약하다는 주장의 뿌리는 아마도 그 설계 철학에 있을 것이다. 포스트그레스는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처리한다”는 모노리식 접근을 취한다. 트랜잭션 처리, 분석 쿼리, JSON 처리, 심지어는 풀텍스트 검색까지 하나의 엔진에서 해결하려 한다. 이는 전통적인 RDBMS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우물만 파는” 전문화된 시스템들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하지만 DBOS의 결과는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모노리식 설계가 가져오는 일관성과 단순성이, 복잡한 분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버헤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스케일링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이 말은 다소 과장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데이터베이스 성능 최적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오라클이 “스케일링의 왕”으로 군림할 때조차도, 제대로 튜닝되지 않은 오라클 인스턴스는 포스트그레스보다 못한 성능을 내곤 했다. 하드웨어의 발전, 특히 NVMe SSD와 대규모 메모리의 등장은 데이터베이스의 성능 방정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는 단일 노드에서도 수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포스트그레스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최근 버전에서 도입된 병렬 쿼리 처리나 JIT 컴파일 기능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물론 포스트그레스가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분산 시스템이 필요한 초대규모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여전히 카산드라나 스파너 같은 시스템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초당 100만 트랜잭션”이 아니라, “우리 팀이 유지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복잡한 분산 시스템은 운영의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네트워크 파티셔닝, 일관성 모델 선택, 장애 복구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반면 포스트그레스는 단일 노드에서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면서도, 필요할 때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레플리카를 추가하거나, 샤딩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더 강력한 하드웨어로 마이그레이션하는 방법 모두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케일링”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케일링은 더 이상 “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어떻게 분해하고, 어떤 부분에서 최적화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DBO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워크플로우 실행이라는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최적화를 통해 포스트그레스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이는 범용 데이터베이스가 특정 사용 사례에 맞춰 튜닝될 때 얼마나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포스트그레스에 대한 과소평가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최신” 기술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기술의 가치는 그것이 해결하는 문제의 크기에 비례한다. 포스트그레스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성과 안정성,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여전히 가장 강력한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케일링에 대한 논쟁은 이제 “포스트그레스가 할 수 있는가”에서 “우리가 포스트그레스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로 옮겨가야 할 때다.

이 벤치마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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