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분명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이제 승패는 전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 속에서 가늠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반역”이라고 주장한 것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전쟁터에서 진실이 어떻게 조작되고, 왜곡되며,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처럼 ‘버전 관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20년을 살아오면서 목격한 가장 큰 변화는, 기술이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언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코드가 하드웨어를 제어했다면, 이제는 코드가 여론을 제어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드’다. 특정 진술을 금지하는 메타데이터처럼, “반역”이라는 레이블을 붙임으로써 그 진술의 실행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특정 API 엔드포인트를 차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용자는 더 이상 그 엔드포인트에 접근할 수 없으며, 설령 접근하더라도 반환되는 것은 오류 메시지뿐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콘텐츠를 ‘그림자 차단’하거나, 추천 시스템에서 배제한다. 이는 마치 운영체제가 특정 프로세스를 조용히 종료시키는 것과 같다. 사용자는 그 프로세스가 존재했는지도 모른 채, 시스템이 제공하는 ‘안전한’ 정보만 소비하게 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알고리즘적 검열의 극단적 형태다. 그는 단순히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진술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진실은 더 이상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권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존재한다.
이것이 기술과 권력의 결합이 가져온 가장 큰 위험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오랫동안 ‘코드는 법’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코드가 시스템의 규칙을 정의하고, 그 규칙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을 제한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법칙이 정치와 사회로 확장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코드화된 권력의 한 단면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소프트웨어처럼 배포하고, 반대 의견을 버그로 취급하려 한다. 이는 마치 특정 버전의 소프트웨어만 허용하고, 다른 버전은 ‘악성 코드’로 규정하는 것과 같다.
기술이 권력과 결합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그 권력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블랙박스처럼 작동한다. 사용자는 왜 특정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지, 왜 특정 의견이 차단되는지 알 수 없다. 트럼프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반역”이라는 단어를 통해 특정 진술을 금지하지만, 그 기준은 모호하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 진술을 반역으로 판단하는가? 이는 마치 사용자가 왜 특정 API 호출이 실패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과 같다. 개발자는 로그를 뒤져야 하고, 때로는 그 로그가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의 민주화라는 이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기술은 본래 권력을 분산시키고, 개인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권력을 집중시키고, 개인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 극단적인 사례지만, 비슷한 현상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특정 플랫폼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선호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다른 입장은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현상이 그것이다.
개발자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현상이 기술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본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여론을 조작하고, 데이터가 진실을 왜곡하며, 코드가 권력을 강화한다. 이는 마치 소프트웨어가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면서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존재로 변모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기술이 가져온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단순히 더 나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이 권력과 결합할 때, 그 권력이 투명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마치 소프트웨어가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 사용자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권리가 있으며, 그 시스템이 왜곡되지 않도록 감시할 책임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기술은 인간의 의지를 반영할 뿐이며, 그 의지가 선한지 악한지는 기술 자체로 결정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발언이 보여주듯, 권력은 언제나 기술의 힘을 빌려 자신을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 권력이 진실을 왜곡하고, 개인의 목소리를 억압할 때, 우리는 그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기술은 본래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 본질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기술의 어두운 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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