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다. 그런데 왜 어떤 조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 인공지능이 업무의 표준 도구가 되고, 데이터가 넘쳐나며, 자동화가 일상화된 지금, 정작 그 기술을 품은 기업들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인간의 문제다. 그런데도 조직은 왜 배움을 거부하는 걸까.
첫째, 조직의 학습은 개인의 학습과 다르다. 개인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호기심과 필요에 따라 학습하고, 실패를 통해 교정하면 된다. 하지만 조직은 다르다. 조직의 학습은 시스템의 학습이다. 시스템은 프로세스, 문화, 권력 구조,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시스템은 더 복잡해진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의사결정은 더 빨라져야 하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은 여전히 인간에게 달려 있다. 문제는 그 인간들이 시스템의 일부로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학습하지 않으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조직은 제자리걸음이다.
둘째, 기술 도입은 종종 학습의 환상을 만든다. “우리는 AI를 쓰고 있으니 혁신적이다”라는 자기만족에 빠지면, 정작 그 기술이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였다고 해서 조직이 더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 일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AI가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고 해서 그 보고서가 더 나은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이다. 그런데 많은 조직은 행동의 변화 없이 기술 도입만으로 만족한다.
기술은 문제를 드러내지만, 해결은 인간의 몫이다. 문제는 그 인간이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이다.
셋째, 조직의 학습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실패는 위험으로 간주되고, 위험은 곧 책임으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으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조직은 실패를 숨기거나,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런데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학습의 핵심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도, 그 데이터가 실패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학습은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의 권력 구조가 흔들린다.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을 보조하면, 중간의 관리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데이터가 투명해지면, 조직 내부의 비효율성이 드러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경계한다. 그들은 학습보다는 통제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은 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다. 기술이 권력 구조를 위협하면, 조직은 학습을 포기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모든 곳에 스며들어도 조직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런데 그 인간들은 시스템의 일부로서, 시스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시스템이 학습하지 않으면, 기술은 그저 비싼 장식품이 될 뿐이다. 조직이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기술보다 먼저 시스템의 학습 능력을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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