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춤을 춘다. 그것도 CEO의 자아에 맞춰. 이 단순한 진실은 지난 20년간 기술과 미디어 산업을 지켜본 이들에겐 이미 상식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연구가 밝혀낸 사실은 그 상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아도취 성향이 강한 CEO가 이끄는 미디어 회사의 주가는, 평균적으로 12% 더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는 분석 결과는,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제는 그 변동성이 항상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 회사의 CEO가 가진 권력은 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그들은 단순히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현대판 스토리텔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시장을 움직이고, 한 번의 인터뷰가 투자 심리를 뒤흔든다. 그런데 그 스토리텔러가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버린다면? 연구 결과는 바로 이 지점에서 경고음을 울린다. 자아도취 성향의 CEO는 기업 실적보다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며, 이는 결국 주가 버블의 형성과 급격한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기술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AI 기반 콘텐츠 기업 등 ‘미디어 테크’의 CEO들은 전통적인 미디어 경영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의 개인 브랜드는 곧 기업의 브랜드와 동일시되며, 투자자들은 그들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거나 공포에 휩싸인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투자자들의 심리적 반응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CEO의 자아도취는 실제 기업 운영에도 심각한 왜곡을 가져온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 과도한 M&A를 추진하거나, 장기적인 기술 투자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관찰된다.
증시의 변동성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언어이며, 미디어 CEO의 자아는 그 언어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시스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CEO의 카리스마에 열광하고, 언론은 그들의 스토리를 부풀려 보도하며, 심지어 규제 당국조차 이들의 영향력에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자아도취 성향의 CEO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도, 그 권력이 가져올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다. 연구에서 발견된 ‘12%의 변동성’은 이러한 시스템의 취약성을 수치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하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자, 언론, 그리고 규제 당국이 CEO의 자아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산업의 특성상 혁신은 필수적이지만, 그 혁신이 CEO의 개인적 욕망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디어 테크 기업의 CEO가 가진 권력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만큼이나 대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권력을 어떻게 감시하고,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 연구는 단순한 학술 논문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증시가 춤을 추는 이유는 늘 복잡하지만, 그 춤의 리듬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가 CEO의 자아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진실을 일깨워준다. 이제 우리는 그 거울을 똑바로 들여다볼 때다.
원문 연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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