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4억 600만 달러(약 406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очередной 실패한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사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의 손실은 단순한 재무 보고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술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기묘한 역설 중 하나가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패가 곧 성공이 되는 시대.
TMTG의 주가는 지난 1년간 80% 이상 폭등했다. 손실이 커질수록 주가가 오르는 이 기현상은 전통적인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기술 산업이 이제 ‘실패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닷컴 버블 시절에는 ‘성장 우선, 수익은 나중에’라는 논리가 통했지만, 이제는 ‘손실 우선, 이야기는 지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았다. TMTG는 이를 극단적으로 실천한 사례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은 기술적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 오픈소스 Mastodon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일 뿐, 알고리즘이나 사용자 경험 면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TMTG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 회사는 ‘보수주의자들의 대안 플랫폼’이라는 서사를 팔았고, 그 서사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기술 산업이 이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문제가 아니라 내러티브 엔지니어링의 문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은 이제 도구가 아니라 종교다. TMTG는 그 종교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손실이 대부분 ‘비현금성 비용’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주식 보상비용이 전체 손실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기술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나눠주고, 그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가격으로 거래되는 일종의 ‘금융 연금술’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이지만, TMTG에서는 그 정도가 극단적이다.
TMTG의 사례는 기술 산업의 또 다른 진실을 드러낸다: 실패의 민주화다. 과거에는 실패가 창업가의 개인적 불명예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실패 자체가 상품이 되었다. TMTG의 손실은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패가 곧 혁신의 증거가 된 셈이다. 이는 기술 산업의 위험한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회사의 성공(?)이 다른 기술 기업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력보다 서사가 중요하다’, ‘실제 수익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팔아라’, ‘손실은 곧 투자의 증거다’와 같은 메시지가 업계에 퍼질 경우, 기술 산업의 본질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보다 ‘피칭’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TMTG의 사례는 기술 산업이 이제 ‘포스트-이성’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알고리즘, 사용자 경험 같은 전통적인 가치보다 서사, 정체성, 정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는 기술의 민주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산업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도 안고 있다.
결국 TMTG의 4060억 원 손실은 단순한 재무 숫자가 아니다. 이는 기술 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현실을 상징한다: 실패가 성공이 되고, 손실이 투자 증거가 되는 시대. 하지만 이 게임의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게임의 승자가 기술이 아니라 서사를 파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기사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