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직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 누군가는 ‘진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손목에 작은 기계를 매달았다. 그 기계는 흔들림 없는 영상을 약속했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생한 색감을 잃지 않았다. GoPro는 그렇게 ‘진짜’를 팔았다. 하지만 이제 그 회사가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진짜로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
GoPro의 위기는 단순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넘어선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의 기억 저장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거 필름 카메라는 한정된 장수와 물리적 공간을 요구했지만, 그 한계가 오히려 기억을 선별하고 소중히 여기게 만들었다. 반면 디지털은 무한한 저장 공간을 약속했지만, 정작 그 무한함이 기억의 가치를 희석시켰다. GoPro가 팔았던 것은 ‘모든 순간을 담을 수 있다’는 환상이었고, 그 환상이 깨지자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기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은 GoPro의 기술적 우위를 무력화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즉각적인 공유와 편집 기능이다. GoPro의 영상은 대부분 ‘나중에’ 편집되고, ‘나중에’ 공유된다. 그 ‘나중’이란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결국 사람들은 ‘지금’을 원하게 되었다.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편집해주는 시대에도,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영상이 ‘지금’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GoPro는 그 ‘지금’을 놓쳤다.
기억은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저장 공간이 무한하다고 해서 기억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GoPro의 위기는 또한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산업이 직면한 한계를 보여준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주도하는 시대에, 하드웨어는 점점 더 ‘기능’으로 전락하고 있다. GoPro는 카메라를 팔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카메라가 제공하는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GoPro의 실패다. 이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전화기가 아니라 생활의 플랫폼이 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디지털 기억의 허상이다. 우리는 매일 수백 장의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극히 일부다. GoPro가 팔았던 ‘모든 순간을 담겠다’는 욕망은 결국 기억의 과잉을 낳았고, 그 과잉은 기억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저장하지만, 정작 기억은 더 희미해지는 아이러니에 직면해 있다.
GoPro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기술이 모든 것을 저장해줄 수 있다고 해도, 그 저장된 것들이 정말로 우리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의 기억은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GoPro가 그 선택의 중요성을 잊었다면,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뉴스는 The Next Web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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