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6월 04일

언론이 숨기는 진짜 전문가: 무기 산업과 미디어의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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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중립적일까? 이 질문이 불편한 이유는 그 답을 알기 때문이다. 영국 NGO ‘폭발물 피해 방지 행동'(AOAV)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 언론이 군사 관련 이슈를 다룰 때 인용한 전문가 중 58%가 방산업체나 군과 연계된 인물이었지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숫자만으로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이런 현상이 비단 영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 커진다. 특히 군사 기술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에서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그 전문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느냐는 것이다. 방산업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전문가가 핵무기 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혹은 신형 전투기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청중은 그들의 발언에 얼마나 객관적인 무게를 둘 수 있을까?

이 현상은 기술 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회전문 현상'(revolving door)과 닮았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끊임없이 인력을 교환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독립성은 점점 희귀해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특정 기업의 제품을 옹호하는 글을 쓰면서 그 기업과의 금전적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면, 독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광고’나 ‘홍보’로 치부할 것이다. 그런데 왜 군사 전문가에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걸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의 불투명성이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일반인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이 넓어진다. AI, 양자 컴퓨팅, 사이버 보안 같은 분야에서 ‘전문가’의 발언은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그 전문가의 이해관계는 슬그머니 숨겨버린다.

언론이 방산업체와 연계된 전문가를 중립적인 권위자로 포장하는 것은, 마치 제약회사가 자사 약을 개발한 연구자의 말을 ‘독립적인 의학계 의견’으로 소개하는 것과 같다. 차이는 오직 한 가지 – 군사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기술 윤리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미 ‘기술 중립성’이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이 편향될 수 있고, 데이터가 조작될 수 있으며, 개발자의 개인적 신념이 코드에 스며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왜 군사 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문제제기가 더디게 일어날까? 아마도 그 분야가 가진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비밀이 정당화되고, 비판은 ‘애국심 부족’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특히 군사 기술은 그 본질부터가 파괴와 통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기술에 대한 논의가 특정 이해집단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언론이 제4의 권력이라면, 그 권력은 반드시 책임과 투명성을 동반해야 한다.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할 때 그들의 배경을 밝히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다.

이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정보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가리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우리가 더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문가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기 전에, 그 전문가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이 에세이를 쓰면서 AOAV의 원문 조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숫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숫자가 품고 있는 의미는 여전히 묵직하다. 언론이 숨기는 진짜 전문가들 – 이 문제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 미디어가 직면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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