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회색빛 공산주의 건물들 사이로 터져 나오는 원색의 벽화들. 마치 오랜 침묵 끝에 터져 나온 함성 같았다.
40대에 접어들며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과연 진짜 내 색깔로 살고 있는가. 사회가 원하는 모습, 가족이 기대하는 역할, 직장에서 요구하는 페르소나… 그 모든 것들 사이에서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스칸데르베그 광장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1990년대까지 유럽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였던 알바니아. 그 수도의 심장부에서 나는 역설적인 자유를 느꼈다. 이 나라는 오랜 억압 끝에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블로쿠 지역을 걸었다. 한때 공산당 고위층만 출입할 수 있었던 이곳이 이제는 젊은이들의 카페와 바로 가득했다. 금지된 것이 해방되었을 때의 에너지, 그것은 눈부셨다.

피라미다 앞에 섰다. 독재자 엔베르 호자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던 이 기이한 건축물은 이제 버려진 채 그래피티로 뒤덮여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역사의 증거로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후자의 손을 들고 싶었다. 우리의 어두운 과거도 결국 우리의 일부이니까. 그것을 지운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직시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해 질 녘, 다이티 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티라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혼돈스러워 보이는 이 도시는 사실 치열하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마치 인생의 중반전을 맞이한 나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돈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계속해서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것이다.
티라나는 그렇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의 혼돈을 두려워하지 마. 그 안에서 네 진짜 색깔이 피어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