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안에서 서쪽으로 두 시간.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밴디아미르에 도착했다. Band-e-Amir. 페르시아어로 ‘아미르의 댐’이라는 뜻이다. 전설에 따르면 알리(선지자 무함마드의 사위)가 기적으로 만든 호수라 한다.

전설이 아니어도 기적처럼 보였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나타난 청록색 호수들. 여섯 개의 호수가 계단처럼 이어져 있고, 각각 다른 빛깔의 푸른색을 띠고 있다. 코발트, 터콰이즈, 에메랄드. 어떤 화가도 이 색을 재현하지 못할 것이다.
호수가 이 색을 띠는 이유는 석회암 때문이라고 한다. 물에 녹은 탄산칼슘이 햇빛을 굴절시켜 이 불가능한 푸른색을 만들어낸다. 과학적 설명이 신비를 덜어내지 못한다. 알면 알수록 더 경이롭다.
호숫가에 앉아 물을 바라보았다. 수면이 거울처럼 고요했다. 하늘이 내린 거울. 아프가니스탄은 ‘하늘의 거울’이 필요한 나라였을지 모른다. 오랜 전쟁과 가난 속에서, 사람들은 이 호수를 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2008년, 밴디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쟁 중에도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탈레반조차 이 호수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이 부술 수 있지만, 자연은 다르다.
사십 대가 되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늘어난다. 커리어의 고원, 관계의 권태, 몸의 쇠퇴. 젊었을 때는 앞만 보면 됐다. 달리면 됐다. 지금은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밴디아미르는 그런 곳이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곳. 그저 보여주는 곳. 이 세상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전쟁과 파괴 한가운데서도 푸른 물이 고여 있다는 것을.
발을 담갔다. 놀랍도록 차가웠다. 온몸이 깨어나는 느낌. 이 물은 힌두쿠시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온 것이다. 산의 정수, 수천 년의 시간이 농축된 물.
물속을 들여다보니 바닥이 보였다. 맑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흐린데, 이 물은 이토록 맑다. 아이러니인가, 위안인가.
로컬 가족들이 피크닉을 나왔다. 아이들이 물가에서 놀고, 여자들이 음식을 펼쳤다. 평화로운 일상. 전쟁의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휴일에 호수로 놀러 온다. 아이를 웃기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것을 본다. 그것이 삶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도 밴디아미르 같은 곳이 있을까. 아무리 힘들어도 마르지 않는 푸른 호수.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 고요한 장소. 그것을 찾아야겠다. 아니, 그것을 만들어야겠다.
하늘이 내린 거울은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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