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산업에서 ‘승자 독식’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할 정도로 자주 들린다. 하지만 오픈AI가 보여주는 현상은 단순한 승자 독식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8억 명이 넘는 주간 활성 사용자, 전 세계 개발자들의 API 호출, 그리고 ‘AI’라는 단어 자체를 독점한 듯한 인지 지배력까지. 문제는 이런 압도적인 우위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픈AI의 강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마인드쉐어’다. 사람들은 AI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오픈AI를 떠올린다. 마치 ‘검색’ 하면 구글, ‘SNS’ 하면 페이스북이 떠오르는 것처럼. 하지만 이 마인드쉐어라는 것은 생각보다 취약한 기반이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마인드쉐어는 금세 허물어지곤 했다. IBM이 메인프레임의 왕이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의 절대 강자였을 때, 사람들은 이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었지만 결국 새로운 흐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둘째, 오픈AI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했다. 개발자들은 오픈AI의 API를 사용하고, 그 위에 서비스를 올린다. 사용자들은 오픈AI의 플랫폼에서 생성된 결과를 소비한다. 이 생태계가 커질수록 오픈AI의 영향력은 더 강해진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 효과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의 하부 구조가 변할 때 그렇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하면서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의 생태계가 무너진 것처럼, 새로운 기술적 변화는 기존의 네트워크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
반면, 오픈AI의 약점은 ‘워크플로우’에 있다. 벤 에반스가 지적한 것처럼, 워크플로우는 결국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실제로 AI를 업무에 통합할 때, 그들은 오픈AI의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보안, 규정 준수, 비용, 그리고 특정한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모델을 조정하고, 자체 인프라에 통합한다. 이 과정에서 오픈AI의 모델은 그저 ‘상품’이 되어버린다. 이미 여러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들 모델을 오픈AI와 함께 사용하거나 아예 대체하기도 한다.
모델은 결국 상품이 된다. 진짜 가치는 데이터, 통합,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오픈AI의 경쟁자가 꼭 다른 AI 기업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존의 플랫폼 기업들이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은 이미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업 고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오픈AI의 기술을 통합하되,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것이다. 오픈AI가 ‘AI의 운영체제’가 되려고 한다면, 이들은 ‘AI의 인프라’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스타트업들이 오픈AI와 경쟁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오픈AI와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그 옆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전략을 취한다. 예를 들어, 오픈AI의 모델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추론’이나 ‘특정 도메인 지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가 지배하던 시절, 새로운 앱들이 특정 틈새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 유사하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틈새’에서 시작된다.
결국 오픈AI의 미래는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상품화’의 덫을 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은 이미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사용자의 워크플로우에 깊이 통합되고, 데이터의 흐름을 장악하며, 생태계를 넘어 플랫폼의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기술의 역사는 언제나 ‘승자 독식’의 환상을 깨뜨리는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지금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지금처럼 ‘AI의 대명사’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들이 진짜 경쟁해야 할 대상은 다른 AI 기업이 아니라, 기술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Benedict Evans의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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