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겨울, 한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에게 찾아가 자신이 발견한 이상 징후를 보고했다. 그는 특정 단백질 구조가 알츠하이머 발병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당시 기술로는 검증이 불가능했다. 교수는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연구 방향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15년이 지난 후, 그 단백질은 실제로 질병 치료의 핵심 표적으로 밝혀졌다. 그때 그 경고는 옳았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앞지르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경고를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텀블러리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이 질문에 대한 불편한 답을 던진다. OpenAI 직원들이 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용의자의 폭력적 언어 사용을 감지하고 내부적으로 경고했지만, 조직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AI가 포착한 위험 신호가 인간의 결정 앞에 무력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책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깊다. AI 시스템이 인간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시대에, 우리는 그 예측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은 사용자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우울증, 자살 충동, 심지어 폭력성까지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회색지대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OpenAI의 결정에는 일견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정보 보호와 오탐지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모든 의심 사례를 당국에 보고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또한 AI가 감지하는 ‘위험성’이 실제 범죄로 이어질 확률은 통계적으로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술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판단이 개입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AI는 패턴을 인식할 뿐 그 의미를 해석하지 못한다. 그 해석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의 오류를 기술의 오류로 치환하는 것에 불과할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의 경고가 인간의 편견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향이 데이터에 내재되어 있다면, AI는 그 편향을 그대로 반영한 위험 판단을 내놓을 수 있다. 이 경우 AI의 경고는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AI가 감지한 위험 신호가 실제로는 무해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의 경고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
이 사건은 또한 기술 기업의 책임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OpenAI는 왜 내부 경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을까? 기업 비밀 보호? 법적 책임 회피? 아니면 단순히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업은 그 기술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법과 제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의 위험 감지 능력을 규제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기업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법,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첫째, AI의 위험 감지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AI가 감지한 위험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성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당국에 보고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AI의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감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의 경고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책임을 지운다. AI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경고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그 경고를 무시하지 않을 만큼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가? 텀블러리지 사건은 우리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때, 우리는 그 기술의 경고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외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기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원문 기사: OpenAI Employees Raised Alarms About Canada Shooting Suspect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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