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칠 때 나는 우연히 한 농부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이번 가뭄은 내 평생 본 것 중 최악”이라며, “작물이 자라지 않으면 돈도, 주식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저 지역 뉴스의 한 단면에 불과했지만, 그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식량은 경제의 토대이자 인간의 생존 그 자체다. 그런데 그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란과의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제한되자,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와 인산염의 가격이 치솟았다. 비료는 농업 생산성의 핵심 요소다. 20세기 초 비료가 보급되면서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이제는 그 비료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는 이미 농작물 수확량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2022년 파키스탄의 홍수와 2023년 유럽의 가뭄은 각각 지역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이러한 사건들이 단발성 재해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식량 공급망도 예외는 아니다. 정밀 농업, 드론, 인공지능 기반 수확 예측 시스템 등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시스템의 취약성도 키웠다. 한 예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비료 생산, 글로벌 물류망, 단일 품종에 집중된 농업은 모두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보여주었듯, 한 부분의 교란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식량 위기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비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파종을 줄이면, 그 여파는 몇 달 후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식량 가격 상승과 기아로 이어진다.
식량 위기는 느리게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시스템이 붕괴하기 시작하면,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결책과 함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지역 내 식량 자급률 제고, 그리고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 안보에 집중하면서 개발도상국의 농업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불안정을 가속화한다. 식량 위기는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다. 한 국가의 식량 부족은 이민 증가, 지정학적 긴장,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나는 시스템의 취약성을 잘 알고 있다.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존재하면, 그 부분이 무너졌을 때 전체 시스템이 마비된다. 식량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호르무즈 해협, 우크라이나의 곡창 지대, 미국의 대평원 등 몇 개의 핵심 지역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중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지역들이 기후 변화나 전쟁으로 기능을 상실하면, 그 여파는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분산 시스템(distributed system)의 중요성을 우리는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배웠다. 식량 시스템도 분산되고 회복력이 높은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수확량을 예측하고, 드론이 농작물을 관리하더라도,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식량 위기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식량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협력과 혁신을 통해 대응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아일랜드 타임스의 최근 기사에서도 다루고 있다. 기후 변화와 전쟁이 가져올 식량 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제 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기술과 정책, 그리고 인간의 의지가 함께할 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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