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록한다. 아이디어, 회의 내용, 읽은 책의 인상, 혹은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 그런데 그 기록들이 실제로 다시 쓰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노트는 ‘저장’되는 순간부터 ‘잊혀진 데이터’가 된다. Obsidian과 같은 노트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하지만 그 야심의 끝은 어디일까? 최근 등장한 Hermes와 같은 AI 에이전트 시스템은 이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Obsidian의 진정한 힘은 그래프 뷰에서 드러난다. 각 노트가 서로 연결되면서 지식의 지도가 그려지는 경험은 마치 뇌 속 시냅스를 시각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연결 고리는 결국 인간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Hermes는 이 연결 고리를 자동화한다. 단순히 메모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새로운 연결을 제안하며, 심지어 사용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패턴을 발견해낸다. 마치 두 번째 뇌가 스스로 진화하는 것처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의 역할이 단순한 ‘보조’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Hermes는 사용자의 노트 패턴을 학습하면서 점점 더 개인화된 에이전트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된 메모들을 자동으로 그룹화하고, 관련 문서를 찾아 연결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더 이상 ‘도구’의 수준이 아니다. 마치 동료와 함께 일하는 듯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 동료는 인간의 편견이나 피로에 영향받지 않는다.
Hermes는 스스로 새로운 스킬을 만들고 필요 없는 스킬을 제거한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이 시스템의 진정한 잠재력은 ‘복합 효과’에서 나온다. 단발적인 검색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피드백을 통해 AI와 인간의 지식이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개발자 Karpathy가 Hermes를 이용해 웹 기반 LLM 위키를 구축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Obsidian의 로컬 마크다운 파일 시스템과 Hermes의 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서, 단순한 노트가 ‘지식 운영체제’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마치 개인용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것과 같지만, 그 위키가 스스로 업데이트되고 성장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보편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다. AI가 제안하는 연결 고리나 아이디어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는 마치 똑똑하지만 가끔 엉뚱한 조언을 하는 동료와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용자는 AI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때로는 직접 개입해 수정해야 한다. 결국 AI와 인간의 협업은 ‘제어’의 문제로 귀결된다. 얼마나 많은 권한을 AI에게 넘길 것인지, 그리고 그 경계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의 소유권’이다. Obsidian의 강점은 모든 데이터가 로컬에 저장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Hermes와 같은 AI 시스템이 노트의 내용을 분석하고 학습하려면 일정 수준의 데이터 접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반면 로컬 기반 AI는 보안은 뛰어나지만 성능과 기능 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어디로 향할까? 가까운 미래에는 AI 에이전트가 노트 앱의 ‘표준 기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Hermes와 유사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으며, Obsidian과 같은 플랫폼도 AI 통합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개인화된 지식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트를 ‘저장’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노트를 ‘활용’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AI는 그 활용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결국 이 기술의 핵심은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다. AI는 인간의 기억을 보완하고, 인간은 AI의 제안을 검증하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이 협업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협업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AI의 제안에 휘둘리거나, 반대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도구’로만 보지 않고,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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