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 바글란. 한때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이곳은 이제 세상에서 잊힌 땅이 되었다. 하지만 잊힌 땅에도 사람들은 살고, 밤은 찾아온다.
바글란의 밤은 깊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마을 전체가 어둠에 잠긴다. 처음엔 불안했다. 도시에서 온 나에게 이 칠흑 같은 어둠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둠에 눈이 익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희미한 별빛,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촛불,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사람들의 눈동자.
마흔이 넘어 나는 많은 어둠을 겪었다. 실패의 어둠, 상실의 어둠, 자기 의심의 어둠. 그때마다 빛을 찾아 허둥댔다. 하지만 바글란에서 배웠다. 어둠을 피하지 말고, 어둠 속에 머물러야 비로소 빛이 보인다는 것을.

현지 가정에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촛불 아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음은 통한다. 어둠 속에서 나누는 식사가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밤이 깊어지자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구슬픈 선율이 어둠 속을 떠돈다. 가사는 모르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리움과 희망은 느낄 수 있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더니, 정말 그렇구나.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아무것도 없음 속에서 나는 오히려 충만함을 느낀다. 어둠은 비어있지 않다. 어둠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새벽이 오고, 첫 햇살이 창문을 두드린다. 바글란의 밤이 끝났다. 하지만 그 밤이 가르쳐준 것들은 오래 남을 것이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 것. 어둠 속에도 빛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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