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0일

바글란의 밤 – 어둠 속에서 찾는 빛

nobaksan 0 comments
여행하는 개발자 >> 미분류 >> 바글란의 밤 – 어둠 속에서 찾는 빛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글란. 한때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이곳은 이제 세상에서 잊힌 땅이 되었다. 하지만 잊힌 땅에도 사람들은 살고, 밤은 찾아온다.

바글란의 밤은 깊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마을 전체가 어둠에 잠긴다. 처음엔 불안했다. 도시에서 온 나에게 이 칠흑 같은 어둠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바글란

하지만 어둠에 눈이 익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희미한 별빛,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촛불,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사람들의 눈동자.

마흔이 넘어 나는 많은 어둠을 겪었다. 실패의 어둠, 상실의 어둠, 자기 의심의 어둠. 그때마다 빛을 찾아 허둥댔다. 하지만 바글란에서 배웠다. 어둠을 피하지 말고, 어둠 속에 머물러야 비로소 빛이 보인다는 것을.

바글란

현지 가정에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촛불 아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음은 통한다. 어둠 속에서 나누는 식사가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밤이 깊어지자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구슬픈 선율이 어둠 속을 떠돈다. 가사는 모르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리움과 희망은 느낄 수 있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더니, 정말 그렇구나.

바글란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아무것도 없음 속에서 나는 오히려 충만함을 느낀다. 어둠은 비어있지 않다. 어둠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새벽이 오고, 첫 햇살이 창문을 두드린다. 바글란의 밤이 끝났다. 하지만 그 밤이 가르쳐준 것들은 오래 남을 것이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 것. 어둠 속에도 빛은 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

잘랄라바드의 오후, 빛과 그림자 사이

잘랄라바드(Jalālābād). 파키스탄 국경에서 불과 80킬로미터. 따뜻한 기후로 "아프가니스탄의 겨울 수도"라 불리는 곳이다. 야자수와 감귤나무가 거리를…

아쉬카샴의 고요 속에서 – 40대, 삶의 경계선에 서다

힌두쿠시 산맥이 하늘을 찌르는 이곳, 아쉬카샴.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에 서면, 세상의…

아이박, 아프가니스탄 – 실크로드의 잊혀진 교차로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순간,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들이 있다. 아이박(Aībak)은 아프가니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