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16일

베라트, 천 개의 창문이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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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트 전경

“천 개의 창문의 도시.” 베라트를 부르는 이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저 건축학적 특징이려니 했다. 하지만 오순 강을 따라 늘어선 하얀 오스만 가옥들의 창문을 마주했을 때, 그 의미를 비로소 이해했다.

수백 개의 창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있었다. 당신은 제대로 보고 있는가, 라고.

베라트 가옥

40대가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보기보다 익숙한 것만 확인하게 된다. 판단은 빨라지고, 호기심은 무뎌진다. 나도 그랬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베라트의 고르차 지구를 올랐다. 가파른 돌계단, 터키식 가옥들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골목. 숨이 찼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모든 골목이 새로운 풍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베라트 골목

산 정상의 칼라 요새에 도착했을 때, 나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2,400년의 역사가 층층이 쌓인 이 성채는 일리리아, 로마, 비잔틴, 오스만을 모두 거쳐왔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역사 속에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여전히 숨 쉬는 삶의 터전. 세월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굳건히 서 있는 돌담들이 말없이 위로를 건넸다.

베라트 성채

해 질 녘, 망갈렘 지구의 카페에 앉아 건너편 고르차 지구를 바라보았다. 천 개의 창문에 석양빛이 스며들고, 마치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창문은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자, 빛을 들이는 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내 마음의 창문을 닫아두었던 건 아닐까.

베라트의 천 개의 창문이 말했다. “열어라. 세상은 여전히 볼 것으로 가득하다. 네 안의 빛도,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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