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의 세금 납부 방식은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경제학자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일부 억만장자들은 법인세나 소득세로 납부하는 비율보다 자산의 자연 증가로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가 오르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다가, 팔아서 실현된 순간에야 과세가 이루어지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자본을 장기 보유하게 유도하지만, 동시에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기술 산업에서 급성장한 기업가들이 이런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들이 혁신을 통해 축적한 부는 사회 기반 시설, 교육, 공공 연구에 의존하는데도 말이다.
기술 산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와 인내심만 있으면 수십 년간 세금 없이 자산을 불릴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10년 만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회사를 키웠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그 회사의 주식을 팔지 않는 한, 그 가치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실현되는 순간, 세금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문제는 그 실현 시점이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여론의 압박이 있을 때만 일시적으로 주식을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세금 체계의 취약점을 드러낸다. 세금은 공공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데, 부자들이 그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라면 결국 중산층과 서민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물론 모든 억만장자가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높은 세율을 납부하거나 자선 사업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기술 부자들이 선호하는 스톡옵션이나 벤처캐피털 투자 구조는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지만, 그 결과는 공정성과 거리가 멀다.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속도만큼 세금 체계도 진화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은 사회 계약의 일부다. 모두가 공평하게 기여할 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부의 집중이 심화되면서 그 계약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기술 혁신이 가져온 부가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결국 그 혁신은 사회 전체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부유세를 도입하거나 자본 이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행에는 많은 장애물이 따른다. 글로벌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에는 한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 산업이 자랑하는 ‘파괴적 혁신’이 세금 체계에도 필요하다. 현재의 방식은 20세기의 유물에 가깝다. 디지털 경제에서 자산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변동하지만, 세금은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매겨진다. 블록체인이나 AI 같은 기술이 세금 징수 방식을 혁신할 수 있을까?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부자들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그들을 회피하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세금은 문명에 지불하는 대가다. – 올리버 웬들 홈스
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기술자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만들어낸 부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 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가 주시해야 할 문제다. 혁신이 가져온 부가 소수의 주머니에만 쌓인다면, 그 혁신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을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의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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