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0일

아쉬카샴의 고요 속에서 – 40대, 삶의 경계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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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쿠시 산맥이 하늘을 찌르는 이곳, 아쉬카샴.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에 서면, 세상의 끝에 도달한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십 대에 접어들며 나는 자주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 젊음과 중년의 경계, 열정과 체념의 경계, 그리고 삶과 시간의 경계. 아쉬카샴은 마치 그런 경계선 위에 놓인 마을 같았다. 파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이 맞닿은 이곳에서, 나는 내 인생의 지도를 다시 펼쳐보았다.

아쉬카샴

새벽빛이 산봉우리를 물들이는 시간, 마을에는 아직 인적이 드물다. 찬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그제서야 나는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한다. 일상에 파묻혀 잊고 살았던 것들 – 호흡의 소중함, 고요의 위안,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충만함.

현지인들의 눈빛에는 고단함과 평온함이 공존한다. 전쟁의 그림자가 여전히 이 땅을 맴돌지만, 그들의 일상은 묵묵히 흘러간다. 양을 치고, 밭을 갈고, 아이들을 키운다. 삶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거창한 의미 따위 없이, 그저 매일을 버텨내는 것.

아쉬카샴

산 아래 펼쳐진 계곡을 바라보며, 지난 시절의 야망과 좌절을 떠올린다. 스무 살의 나는 세상을 정복할 것처럼 거들먹거렸고, 서른의 나는 현실 앞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마흔의 나는, 여기 세상 끝자락에서 비로소 평화를 배운다.

아쉬카샴의 바람은 매섭지만 정직하다. 그 바람을 맞으며 나는 생각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더 가지려 발버둥 칠 것인가, 아니면 가진 것에 감사하며 나눌 것인가.

아쉬카샴

해가 지고 별이 쏟아진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은하수가 머리 위로 흐른다. 이 광경 앞에서 나의 고민들은 한없이 작아진다. 우주의 시간 앞에서 인간의 생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 찰나를 어떻게 빛낼 것인가, 그것만이 내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아쉬카샴에서의 하룻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가장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멈춤이 전진이 된다. 비움이 채움이 된다. 사십 대에 배우는, 너무 늦지 않은 깨달음이다.

아쉬카샴

돌아가는 길, 산등성이가 점점 멀어진다. 아쉬카샴의 풍경은 사진으로 남겠지만, 이곳에서 느낀 평온함은 가슴 깊이 새겨질 것이다. 삶의 경계선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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