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네 서점에 가면 낡은 백과사전이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꺼운 책장을 넘기며 낯선 단어들을 찾아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책들은 누군가가 일일이 수집하고 분류한 지식의 보고였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백과사전은 사라졌고, 대신 검색창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제는 그 검색창마저 무언가를 대신하려 한다. 아니, 없애려 한다.
구글이 웹을 향해 선포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장례식이다. 검색 결과 대신 AI가 생성한 답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은, 마치 도서관의 책장을 없애고 대신 사서가 요약한 쪽지만 건네주겠다는 것과 같다. 문제는 그 사서가 어떤 기준으로 요약하는지, 어떤 책을 참고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서가 점점 책 자체를 읽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중개자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전화 교환수가 사라지고 자동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듯, 웹에서도 중개자 역할을 하던 검색 엔진이 이제 자신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검색 엔진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결국 기존의 데이터를 재가공한 것에 불과하다. 창조는 사라지고, 재생산만 남는다. 마치 음악 시장에서 샘플링 문화가 득세하면서 원곡의 가치가 희석된 것처럼, 웹에서도 원본의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SEO의 몰락은 이 변화의 또 다른 단면이다. 한때 SEO는 웹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도구였다. 작은 블로그라도 적절한 키워드와 구조를 갖추면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은 SEO를 “기계적인 과정”으로 치부하며 배제하려 한다. 이는 마치 출판 시장에서 편집자의 역할을 없애고 알고리즘이 책을 선정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거대 플랫폼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뿐이다.
웹은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은 점점 소수의 손에 쥐어지고 있다. 구글이 웹을 “끝냈다”고 선언한 것은, 더 이상 웹이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 변화의 이면에는 자본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가둔다. 외부 링크를 클릭할 필요가 없으니, 광고 수익은 플랫폼에 집중된다. 이는 마치 쇼핑몰이 모든 가게를 인수해 고객이 쇼핑몰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웹의 분산된 구조는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비효율 속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이 꽃피었다. 이제 그 비효율은 사라지고, 효율만 남았다.
문제는 이 변화가 기술의 자연스러운 진화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독점의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가 웹의 미래를 결정짓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인간의 확장선이어야지, 인간의 대리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웹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링크를 클릭하는 행위, 낯선 웹사이트를 탐험하는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택의 자유를 잃게 되지 않을까?
구글의 선언은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웹의 장례식 초대장이다. 우리는 그 초대장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장을 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이 어떻게 설계되고, 누구에 의해 통제되는지가 중요하다. 웹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어느새 그 미래는 우리 손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이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