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랄라바드(Jalālābād). 파키스탄 국경에서 불과 80킬로미터. 따뜻한 기후로 “아프가니스탄의 겨울 수도”라 불리는 곳이다. 야자수와 감귤나무가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강렬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진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밝은 면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면이 있다. 사십 대가 되니 그 양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찻집에 앉아 녹차를 마셨다. 설탕을 듬뿍 넣은 달콤한 차. 젊은 시절에는 이런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뭐든 빨리빨리, 효율적으로. 지금은 안다. 때로는 비효율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길 건너편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공 하나로 저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우리는 자라면서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단순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해가 기울며 그림자가 길어졌다. 빛과 그림자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인생의 한낮을 지나 오후로 접어드는 나이. 아직 남은 빛을 어떻게 쓸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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