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3일

잘랄라바드의 오후, 빛과 그림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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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랄라바드(Jalālābād). 파키스탄 국경에서 불과 80킬로미터. 따뜻한 기후로 “아프가니스탄의 겨울 수도”라 불리는 곳이다. 야자수와 감귤나무가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잘랄라바드 풍경 1

오후의 햇살이 강렬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진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밝은 면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면이 있다. 사십 대가 되니 그 양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잘랄라바드 풍경 2

찻집에 앉아 녹차를 마셨다. 설탕을 듬뿍 넣은 달콤한 차. 젊은 시절에는 이런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뭐든 빨리빨리, 효율적으로. 지금은 안다. 때로는 비효율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랄라바드 풍경 3

길 건너편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공 하나로 저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우리는 자라면서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단순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잘랄라바드 풍경 4

해가 기울며 그림자가 길어졌다. 빛과 그림자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인생의 한낮을 지나 오후로 접어드는 나이. 아직 남은 빛을 어떻게 쓸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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