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부터 버튼 하나로 시작될 수 있었을까. 20세기 중반,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책상에 놓이기 시작하면서부터일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이전, 전보와 전화가 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했을 때부터였을까. 기술이 권력을 증폭시키는 방식은 항상 직관적이지 않다. 특히 그 기술이 ‘단추’처럼 단순해질수록, 그 뒤에 숨은 복잡성은 더 깊어진다.
미 하원이 이란과의 전쟁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뉴스는, 언뜻 보면 외교 정책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기술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결정권은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의 손가락 하나, 아니면 알고리즘의 계산 결과? 이 질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코드 한 줄이 시스템 전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정책 한 줄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전쟁은 물리적인 이동과 명백한 인과관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드론의 조종간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오퍼레이터의 손에 쥐어져 있고, 사이버 공격은 실시간으로 국가 인프라를 마비시킨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개발자들은 종종 자신이 어떤 결정의 일부가 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코드는 중립적이라고 믿는가? 그렇다면 왜 같은 알고리즘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독재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가?
이번 결의안은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는 기술의 통제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군사용 AI, 자동화된 타격 시스템, 실시간 정보 분석 플랫폼이 이미 전장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는 원칙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개발자들은 종종 ‘기술은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도구가 권력의 구조를 재편할 때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항상 누군가의 의도를 반영하며, 그 의도가 누구의 것인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두 가지 측면이 떠오른다. 하나는 기술의 ‘불투명성’이다. 복잡한 시스템은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우며, 이는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든다. 대통령이 버튼을 누르더라도, 그 버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시스템의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기술의 ‘확장성’이다. 한 번 만들어진 시스템은 쉽게 복제되고 변형되어,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는 전쟁뿐만 아니라 모든 권력 구조에 적용되는 문제다.
이란과의 긴장 관계는 단순히 지정학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 권력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원의 결의안이 상징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이 기계의 효율성에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마지막 방어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방어선이 얼마나 견고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발자들은 매일같이 코드를 작성하지만, 그 코드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질문해야 할 것은, ‘기술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까지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기술이 권력을 대체하지 않도록 하려면, 기술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균형을 재편하는 힘이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제한하는 결의안은 그 균형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버튼을 누가 누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버튼이 어떤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고, 그 시스템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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