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1일

차리카르의 봄, 보랏빛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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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풍경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다. 차리카르의 봄이 그랬다. 산비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꽃의 물결. 유다나무(Judas tree)라고 했던가. 그 화려함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차리카르 언덕에서 쉬는 사람들
보랏빛 언덕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언덕 위에서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 뒤로는 눈 덮인 힌두쿠시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아니, 이야기 같은 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 풍경 앞에서는.

40대가 되니 자연 앞에서의 겸손함이 달라졌다. 젊을 때는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봤다면, 지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저 산보다 먼저 사라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차리카르 평원과 꽃
보랏빛 유다나무 뒤로 펼쳐진 차리카르 평원

차리카르는 파르완 주의 수도다. 한때 전쟁의 포화 속에 있던 도시가, 봄이 되면 이런 절경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 파괴와 아름다움이 이렇게 가까이 공존하는 곳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한 노인이 차를 건네주었다. 설탕을 듬뿍 넣은 녹차. 그 달콤하고 따뜻한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함께 산을 바라보며 웃었다.

차리카르 전경
눈 덮인 산맥과 보랏빛 꽃의 조화

봄의 차리카르가 가르쳐준 것. 아름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볼 눈을 갖추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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