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동료 개발자가 회의실에서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제부터 모든 코드는 사랑의 에너지로 작성해야 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팀원들은 당황했지만, 그는 진지했다. “기술도 결국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잖아. 그러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코드에 스며들어야 버그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빠져들고 있는 ‘믿음의 함정’을 보여주는 단편이었다.
헤나 머리의 이야기는 그런 함정의 극단적인 사례다. 배우로서 성공을 거머쥔 그녀가 ‘웰니스 컬트’라는 이름의 미로에 빠져 정신병적 에피소드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쉽게 자기기만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과 문화,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로서 20년을 살아오면서 목격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술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키는지였다. 한때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검증 가능한 결과가 모든 결정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혁신’이라는 이름의 신념 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떠들던 시절이 있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거라는 예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주장들은 종종 과학적 근거보다는 신념에 가까웠다. 헤나 머리가 “나는 지구의 구원자”라고 믿었던 것처럼, 우리는 때때로 기술이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열쇠라고 믿곤 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런 믿음들이 종종 ‘커뮤니티’의 형태로 강화된다는 점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특정 언어나 프레임워크를 숭배하는 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이 기술만 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상 종교의 교리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헤나 머리가 컬트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개발자들도 때때로 특정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그 기술이 명확한 결함을 드러내도 말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결국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일 뿐이다. 현실은 그 믿음이 만들어내는 환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모호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선택지와 더 많은 ‘진리’에 노출된다. 하지만 그 선택지들이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헤나 머리가 경험한 정신병적 에피소드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작은 자기기만들이 존재한다. “이 기술은 무조건 좋다”, “이 방법이 유일한 정답이다”와 같은 생각들은, 사실 우리가 현실을 단순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개발자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의심’이다. 코드가 예상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 우리는 즉시 그 원인을 의심하고 검증한다. 하지만 기술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쉽게 믿음의 노예가 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코드에는 엄격한 검증을 요구하면서도, 아이디어나 신념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헤나 머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보고 있는가? 기술이든 신념이든,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믿음은 필요하지만, 그 믿음이 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코드를 디버깅하듯, 우리의 생각과 신념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가디언의 헤나 머리 인터뷰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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