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에 접어들면서 자주 생각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고요함이란 무엇일까. 도시의 소음 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 사이에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침묵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작은 마을, 바사울. 이곳에서 바라본 힌두쿠시 산맥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빛 도는 암벽과 그 아래 펼쳐진 끝없는 녹색의 대비.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도 이런 경외감을 줄 수 없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살구를 건네주었다. 통역도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었다. 그 살구의 달콤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곳 사람들에게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그들의 삶에는 마감도, 성과 지표도, 분기별 목표도 없었다. 오직 계절의 리듬만이 있을 뿐.
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산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라면 이런 시간은 낭비라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바사울에서의 그 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한 순간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느끼는, 그런 역설적인 충만함.
돌아오는 길,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위에서 생각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바쁘게 사는 걸까. 바사울의 농부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은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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