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풍경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다. 차리카르의 봄이 그랬다. 산비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꽃의 물결. 유다나무(Judas tree)라고 했던가. 그 화려함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언덕 위에서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 뒤로는 눈 덮인 힌두쿠시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아니, 이야기 같은 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 풍경 앞에서는.
40대가 되니 자연 앞에서의 겸손함이 달라졌다. 젊을 때는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봤다면, 지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저 산보다 먼저 사라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차리카르는 파르완 주의 수도다. 한때 전쟁의 포화 속에 있던 도시가, 봄이 되면 이런 절경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 파괴와 아름다움이 이렇게 가까이 공존하는 곳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한 노인이 차를 건네주었다. 설탕을 듬뿍 넣은 녹차. 그 달콤하고 따뜻한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함께 산을 바라보며 웃었다.

봄의 차리카르가 가르쳐준 것. 아름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볼 눈을 갖추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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