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2월 21일

다쉬트에아르치, 들꽃과 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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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을 가득 메운 분홍빛 꽃들. 다쉬트에아르치(Dasht-e-Archī)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야생화의 바다였다.

다쉬트에아르치 야생화
봄의 다쉬트에아르치를 물들인 분홍빛 들꽃

꽃밭 사이로 걸으며 생각했다. 이 땅이 겪어온 것들을. 전쟁과 가뭄, 굶주림과 이산. 그 모든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봄이 되면 이렇게 꽃이 핀다. 자연의 회복력 앞에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허망한지.

40대가 되면 삶의 계절을 느끼게 된다. 봄이 있으면 겨울도 있고, 피어남이 있으면 시듦도 있다. 다쉬트에아르치의 들꽃은 그 진리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전통 요리
장작불 위에서 끓고 있는 전통 요리

마을에서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거대한 솥에서 무언가가 끓고 있었다. 결혼식인지, 명절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불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어린 소년이 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 진지한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여기서는 음식이 곧 공동체다. 함께 모여 요리하고, 함께 나눠 먹는다. 서울의 1인 가구 시대에, 혼밥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런 풍경은 그리움 이상의 것을 불러일으켰다.

다쉬트에아르치 풍경
드넓은 평원 위의 삶

다쉬트에아르치를 떠나며, 입안에 남은 것은 그들이 건네준 빵의 고소함. 눈에 남은 것은 분홍빛 들판과 장작불의 따뜻한 주황빛. 마음에 남은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충만함.

때로는 가장 멀리 떠나야만 가장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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