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공학의 역사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역사였다. 초기에는 버그를 없애는 것이 목표였지만,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완벽한 검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제 우리는 ‘확률적 공학(probabilistic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 서 있다. 이 접근법은 불확실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시스템 설계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기술적 전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노동 방식까지 재정의할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확률적 공학의 본질은 ‘정확성’이 아니라 ‘신뢰도’에 있다. 전통적인 정형 검증(formal verification)이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려 했다면, 확률적 접근은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작할지를 예측한다. 이는 마치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90% 확률로 감기’라고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절대적인 답은 없지만, 충분히 신뢰할 만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모든 엣지 케이스를 커버할 수 없다면, 대신 시스템의 실패 확률을 0.001%로 낮추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드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데 집착해왔지만, 앞으로는 시스템의 ‘불확실성 관리’가 더 중요한 역량이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의사결정 알고리즘은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대신 ‘사고 확률을 인간의 운전보다 10배 낮게 유지한다’는 통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확률적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여기서 개발자는 더 이상 코드 작성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확률 엔지니어’로 변모한다.
그런데 이 흐름이 인간 노동의 24시간 연속화와 맞물리면서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기술이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 아닐까? 이미 많은 기업이 AI와 자동화를 통해 ‘항상 가동되는 사무실’을 꿈꾸고 있다. 원문에서 언급된 24시간 교대 근무 스케줄 생성기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노동의 기계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5명의 리드와 9명의 직원으로 24시간 운영되는 사무실은 결국 ‘휴식 없는 시스템’을 위한 설계도일 뿐이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간다. 문제는 그 시스템이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시스템의 필요에 맞춰져야 하는 것인지다.
확률적 공학의 진짜 도전은 기술적 난제가 아니라 윤리적 딜레마다. 시스템이 스스로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인간은 그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의 AI 진단 시스템이 99.9%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해도, 의사의 직관과 경험은 여전히 필요할까? 아니면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의사의 판단은 ‘통계적 오류’로 간주될까?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도구에서, 인간의 불완전성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변질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려는 과장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의 자동 확장, CI/CD 파이프라인의 무중단 배포, AI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모두 ‘항상 가동되는 소프트웨어’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점점 더 기계화된 노동 패턴에 적응해야 한다. 24시간 교대 근무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기술이 불확실성을 줄일수록, 인간은 더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희망적인 지점이 있다. 확률적 공학은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존중할 여지를 남긴다. 예를 들어, 딥러닝 기반의 건설 현장 사고 예측 모델은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지만, 그 패턴을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기술이 인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확실성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확률적 공학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유연하고 회복력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24시간 가동되는 기계의 부속품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시스템에 맞춰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가 던진 질문처럼, “매우 흥미로운” 미래가 펼쳐질지, 아니면 그저 “매우 효율적인” 미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련 글: Probabilistic engineering and the 24-7 employee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