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4월 21일

세계가 외면할 때, 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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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학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수단에서는 그보다 더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은 대놓고 “세계가 수단을 버렸다”고 선언했고, 학살과 기근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동안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건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셜 미디어는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고, 위성 이미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수단의 경우, 기술은 왜 무력한 걸까? 아니, 어쩌면 기술이 문제의 일부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데 학살이나 기근은 클릭을 유도하기 어렵다. 자극적인 뉴스, 유명인의 스캔들, 정치인의 실언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수단의 참사는 뉴스 피드의 맨 아래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기술이 가진 책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이제 전쟁의 도구로도 쓰인다. 드론과 자율무기가 전장을 지배하고, 소셜 미디어는 선동과 허위 정보의 온상이 된다. 수단에서 벌어지는 학살도 예외는 아니다. 양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비방하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선동을 퍼뜨린다.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전쟁을 더 효율적으로, 더 잔인하게 만들 뿐이다.

기술은 도구다. 그것이 선을 위해 쓰일지, 악을 위해 쓰일지는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렸다.

하지만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위성 이미지는 학살의 증거를 포착하고, 블록체인은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을 높인다. 소셜 미디어는 때로 목소리를 모으고, 연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수의 기업과 국가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결정은 종종 이익과 권력에 의해 좌우된다. 수단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 경제적, 지정학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기술 개발자로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가 악용되는 것을 목격할 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술은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사용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

수단은 지금도 불타고 있다. 하지만 그 불길은 우리의 스크린 너머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다. 기술이 우리의 무관심을 조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되려면, 우리는 먼저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학살의 공범이 될 것이다.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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